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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싸움톡의 기술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편리함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사람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게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앱이다. 메신저는 필요하면 전화처럼 동기화(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원하지 않을 경우 이메일처럼 비동기화 소통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그 이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를 말다툼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문자로 싸운다고 해서 영어로 ‘펙스팅(fight+texting)’이라 부르는 이런 소통법은 미국의 영부인 질 바이든이 남편을 떠나지 않는 경호원들이 듣지 않게 싸우는 방법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싸움이 좋은 건 아니지만, 갈등을 풀어야 할 때 말로 다투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는 주장도 있다. 당장 답을 해야 하는 대면 대화와 달리, 원하지 않을 경우 답을 늦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이 가라앉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말로 생각을 밝히는 데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라면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면전에서는 자존심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메신저에서는 뜻을 굽히기도 한다.   하지만 메신저로 싸우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말로 의사소통을 할 때는 문장만으로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은 말하는 사람의 음성의 크기, 얼굴 표정, 바디 랭귀지를 통해 의미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데, 문자에는 그런 요소들이 모두 빠지기 때문에 쉽게 오해를 부른다. 가령 “네”라고 짧게 대답한다면 흔쾌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기분이 상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네” “네네” “넵” “넹” 등의 다양한 표현을 개발하고, 이모지를 함께 넣어서 전달하는 이유가 그거다. 중요한 건 대면 대화와 메신저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해서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기술 비동기화 소통 대면 대화 자기 생각

2024-05-08

[슬기로운 조직생활] 당신의 성장판, 아직 열려 있나요?

오랫동안 하던 생각을 바꾸는 순간이 있다. 책이나 영화, 또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 때문에 바뀌기도 하고, 혼자 느닷없이 깨달아지는 순간도 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에는 즐거움이 좀 더 크다. 하지만 대개 삶의 흐름 속에서 마주치는, ‘어느 한 측면만을 보다가 다른 측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은 사실 복잡미묘하다. ‘편협함’으로 인해 그동안 저질렀던 잘못된 판단과 실수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꽤 큰 충격과 부끄러움이 함께 오기도 한다.   “엄마는 나에게 엄마예요? 아니면 교수님이에요?”   아들과 꽤 대화도 잘되고, 이해의 폭도 넓은 엄마임을 자부하던 때였는데 이런 질문을 받았다. 막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4차산업 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상’ 등 좋은 자료를 수시로 보냈고 얼굴을 마주치면 “읽었냐”고 확인하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아들 얼굴을 보면 먼저 안부를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늘 별일 없었냐, 밥은 먹었냐….”   심장이 쿵 떨어졌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아 그렇구나, 정말 그렇구나’ 되뇌었다. 그 순간 이후 생각이 바뀌었고 태도와 행동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부모는 먼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 그리고 부모만 자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식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입체적 관점, 이런 순간은 깨달음을 준다.   크고 작은 깨달음이 쌓이면서 우리는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 인식의 ‘성장판’이 말랑해지고, 건드려지는 느낌이랄까. 아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면서 독서클럽에서 만난 청년들과의 대화도 격의 없어졌고, 밀레니얼 세대와의 ‘콘택트’가 이루어졌다.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었지만 우리는 조직에서도 깨달음의 순간을 경험한다. 신입사원 때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업데이트하지만 경력이 쌓여도 성장과 깨달음을 지속해야 한다. 여러분이 지금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면 수많은 배움과 남다른 깨달음이 축적된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깨달음의 횟수가 줄어들고, 그 효과도 적어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더욱이 생각을 바꾸고, 그에 따라 태도와 행동까지 바꾸기란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드물어진다. 자극받지 않는 성장판은 굳어서 닫힌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에서 배울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유연하게 대하지 못하니 자연 고집스럽고 경직된 사람이 되어간다.   ‘인식의 성장판’이 닫히는 것은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물론이며 특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접점을 찾기 어렵다. 만약 소셜미디어의 맞춤형 알고리즘에 따라 내 관심사에 맞는 영상만을 지속해서 시청하고 있다면 스스로 주의보를 울려야 한다. 자연스레 세상사의 흐름에서 벗어나게 되고 이는 삶의 재미와 의미를 떨어뜨린다.   조직에서 리더의 인식능력은 더 큰 문제다.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많은 전략 연구자들이 리더의 인식지도, 인식능력 등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이유다. 조직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급격할수록 리더의 인식능력은 중요한 자원이다. 환경 변화의 요소를 파악하면서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를 가려내고, 그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대응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하고, 결정적인 요소를 찾아내고, 영향을 분석하는 능력은 리더의 인식지도에 의해 결정된다. 조직의 전략은 리더의 인식지도 크기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기존의 산업규칙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파괴적 혁신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과거의 성공방식을 고수하면 상황에 맞는 변화를 선도하기 어렵다. 의미 있는 데이터를 쓸모없는 숫자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식지도를 확장할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리더 자신이 인식의 성장판을 지속해서 자극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장판을 말랑하게 유지하고 지도를 넓힌다. 자신의 경험을 확장의 근거로 삼되 불변의 진리로 믿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이 다른 사람, 세대가 다른 사람, 성장배경이나 경험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 생각을 바꾸어본다면 어떨까.   두 번째는 구성원들이 리더의 인식지도를 벗어나는 발언을 해도 된다는 포용적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리더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주파수를 맞추고 그에 맞는 발언만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조직의 집단 역량은 성장하기 어렵다. 리더와 중복되지 않는 생각을 장려하고, 표현하게 함으로써 조직의 인식지도를 최대한 확장할 수 있다.   리더 여러분, 최근 자기 생각을 바꾼 적이 있나요. 이은형 / 국민대 교수·국민인재개발원장슬기로운 조직생활 성장판 인식지도 인식능력 인식지도 크기 자기 생각

2023-06-30

[우리말 바루기] ‘꾀다’와 ‘꼬시다’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끄는 것을 ‘꾀다’라고 한다. “대출금리를 낮춰 주겠다며 꾀어 돈을 가로챈 일당” 등처럼 쓰인다.   ‘꾀다’를 대신할 수 있는 동사가 또 있다. ‘꼬이다’로 표현해도 된다. “투자만 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꼬여 돈만 가로채는 유사수신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와 같이 사용한다. ‘꾀다’와 ‘꼬이다’는 복수표준어다.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하다. 이런 유형의 복수표준어에는 ‘괴다/고이다, 쐬다/쏘이다, 죄다/조이다쬐다/쪼이다’ 등이 있다.   ‘꼬드기다’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어떠한 일을 하도록 남의 마음을 꾀어 부추기다는 뜻이다. “금연한 지 두 달째인데 꼬드기지 마”처럼 사용한다.   입말에서 세를 넓힌 ‘꼬시다’는 뒤늦게 표준어가 됐다. ‘꾀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랐다. 원래는 ‘고소하다’의 강원·경상·전라도 사투리였다. 이성과 사귀려고 수작을 부리다 등의 의미로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면서 2014년 표준말이 됐다.     ‘꾀다’와 어감상 차이가 있다고 판단해 별도 표준어로 추가한 경우다. “먹는 걸로 꼬시는 거야?”와 같이 사용한다.   ‘꾀다/꼬이다, 꼬드기다, 꼬시다’는 말맛 차이가 있으나 상대의 마음을 꾀어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끄는 것을 뜻한다.우리말 바루기 별도 표준어 어감상 차이 자기 생각

2023-04-12

[독자 마당] 웃음의 명상학

아침에 눈을 뜨면 다른 생각을 하기 전에 활짝 웃어보라. 그러면 그 웃음은 그날 하루의 기분을 즐겁게 해주는 길잡이가 된다. 웃으면서 잠에서 깨어나면 마음도 상쾌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있는가?     어려운 난관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자기 생각을 어디에다 맞추느냐에 따라 희망도 고통도 달라진다.   힘겨운 일을 만나도 웃어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슬픔도 기쁨으로 바꿀 수 있는 자신감으로, 또 힘든 생활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마술 같은 힘을 준다.     살아가며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우리가 존재함으로 부딪히는 일상의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봄,여름,가을,겨울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사는 일들이 모두 축복받은 일인데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철 따라 피고 지는 꽃들, 새들의 노랫소리, 푸른 하늘 뭉게구름,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는 하느님의 촉복인 것을…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웃음을 잃지 않고 늘 살아가면 아름다운 세상을 살 수 있게 된다. 미소 짓는 얼굴은 보는 사람도 기쁘고 본인도 즐겁다. 웃음은 만복을 가져다주는 파랑새와 같은 것이다. 웃음은 하느님이 주신 또 하나의 큰 선물이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한다.  웃음이 가득한 집에 만복이 깃든다는 우리 조상들의 말처럼 올 한해에는 우리 모두 힘든 코로나를 반드시 이겨내고 모든 가정에 박장대소하며 행복이 가득한, 기분 좋은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산하· 노워크독자 마당 명상학 웃음 하늘 뭉게구름 자기 생각 하나 소홀함

2023-02-07

[우리말 바루기] ‘꾀다’와 ‘꼬시다’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끄는 것을 ‘꾀다’라고 한다.     ‘꾀다’를 대신할 수 있는 동사가 또 있다. ‘꼬이다’로 표현해도 된다. “투자만 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꼬여 돈만 가로채는 유사수신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와 같이 사용한다. ‘꾀다’와 ‘꼬이다’는 복수표준어다.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하다. 이런 유형의 복수표준어에는 ‘괴다/고이다, 쐬다/쏘이다, 죄다/조이다쬐다/쪼이다’ 등이 있다.   ‘꼬드기다’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어떠한 일을 하도록 남의 마음을 꾀어 부추기다는 뜻이다. “금연한 지 두 달째인데 꼬드기지 마”처럼 사용한다.   입말에서 세를 넓힌 ‘꼬시다’는 뒤늦게 표준어가 됐다. ‘꾀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랐다. 원래는 ‘고소하다’의 강원·경상·전라도 사투리였다. 이성과 사귀려고 수작을 부리다 등의 의미로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면서 2014년 표준말이 됐다. ‘꾀다’와 어감상 차이가 있다고 판단해 별도 표준어로 추가한 경우다. “먹는 걸로 꼬시는 거야?”와 같이 사용한다.   ‘꾀다/꼬이다, 꼬드기다, 꼬시다’는 말맛 차이가 있으나 상대의 마음을 꾀어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끄는 것을 뜻한다.우리말 바루기 별도 표준어 어감상 차이 자기 생각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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